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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3020050331

공연종료

3월 목요문학나들이 (43회차) 황동규 <삶의 진실과 문학의 진실>

  • 기간

    2005-03-31

  • 장소

    복사골문화센터 514호

  • 시간

    120

  • 문의

    032-326-6923(내선 242)

시인 황동규
1938년 서울 출생, 서울대와 동대학원 영문과 졸업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현대문학상(68), 한국문학상(80), 연암문학상(88), 이산문학상(91) 등 수상
현재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

삶과 죽음이 서로 치열하게 맞닿는 칼날 같은 경계
독일 시인 횔덜린은 시인의 눈길이 닿으면 일상의 사건은 역사가 되고, 손길이 닿으면 삶의 속됨은 신화가 된다고 했다.
황동규, 그는 바로 이런 시인이다.
그는 어디선가 다음처럼 심중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인간의 내부는 성(聖)과 속(俗)이 힘겹게 만나는 장소이고 표면은 성과 속이 따로 노는 장소가 아니겠는가. 따로 노는 게 편하다면, 편하지 않게 살고 싶다." 황동규 시심(詩心)의 우물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 그는 성과 속, 한마디로 편하지 않게 살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1982년 가을부터 구체적인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옹근 의미에 굴착한 일련의 시를 '풍장'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 일련 번호는 무례 70까지 이어졌다. 이 지난한 시적 고련과 편력의 과정 내내, 시인은 자연의 이곳 저곳, 삶의 구석구석에서 죽음과 삶의 강강술래를 독대(獨對)하고는, 그 속에서 그것과 함께 뒹굴며 살아가는 '삶의 황홀'을 생체험 하게 된다.
탄생과 죽음 사이의 시간 간격에 대한 올곧은 인식과 유한한 인간 실존의 한계에 대한 겸허한 수용을 목표로 시작한 이 여행의 첫 길목에서, 시인은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화장(火葬)도 해탈(解脫)도 없이/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바람과 놀게 해다오."('풍장 1')라며 '즐거운 고행'을 위한 출진가를 작곡한다. 숨쉬는 길(생명의 길)의 끝은 명부(冥府)로 들어가는 입구이고, 소멸의 길, 그 어두운 터널의 출구는 다시 신생의 탯줄과 기맥(氣脈)을 통하기 마련이라는 도저한 각성이 돋보인다. 토마스 만이 말했던가. "죽음의 체험이 결국은 삶의 체험이 되고 인간에의 길이 된다"고.
최근 나온 시집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에서 시인은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를 뜻하는 '홀로움'이란 신조어를 조탁한 바 있다.
그리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한번 다르게 살아보자고/나를 떼어놓고 살아보자고, 느슨히 살아보자고"('지상(地上)의 양식') 여기서 이런 '홀로움'의 미학은 추억의 부력으로 유지되기 마련이 아닌가.
그래서 시인은 한달음에 토해 낸다.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산당화의 추억') 오늘도 시인은 저 홀로움과 추억이 맞닿는 길을 찾아 여전히 끝없는 떠남 속에 있다.
(류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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