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춤 알고서 보면 이런 재미가 있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로도 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승무는 길고 너른 장삼 자락 속에 북가락을 숨기고 있다. 승무에는 커다란 법고를 연주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장삼자락을 흩뿌리고 낚아채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무의 아름다움은 드러내지 않는 은연隱然의 美에 있다. 얼굴도 가리고 관객에게 등을 돌린 채 북을 치는 모습은 불교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한국예술의 본질인 드러내지 않는 은연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승무가 그렇게 은연의 미를 중히 여긴다면 살풀이는 좀 더 격렬해진 모습으로 춤의 형상을 구체화시킨다.
살풀이는 샤머니즘의 상징 의미를 가진 춤인 만큼 그 동작은 정적이나 하나 하나의 동작을 살펴보면 상당히 강렬하고 한편으로는 색시함이 절절이 배어나온다. 성숙한 여인의 느린 듯 열정을 담은 자태는 그야말로 절정의 한국미를 보여준다. 명상하듯 살풀이춤을 감상하다보면 봄날의 흐드러진 아지랑이 속에 하느적 거리며 날개짓하는 하얀 나비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이 나비이고 나비가 사람인 별유천지 비인간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살풀이춤이다.
승무나 살풀이가 지극히 단련된 고도의 춤꾼들의 독무라면
부채춤과 강강술래 등은 집단적으로 흥과 신명을 유도하는 춤이다. 음악은 주로 민요 창부타령이나 한강수타령을 기악화하여 반주하는데 이 춤의 유래도 역시 무당들의 춤에서 대부분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크고 화려한 부채를 양손에 든 아리따운 무용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각양각색의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질 때에는 월궁선녀의 하강이라 여겨질 만 한 것이다. 개인독무이건 집단무이건 사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좋아도 직접 추면서 즐기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무대 위에 올려지는 강강술래야 전문 무용수들과 안무자에 의해 최대한 아름답도록 계산되고 구성되지만 일반인들이 모여서 한 판 놀 때에는 그런 것 없이 앞뒷사람 손을 엇갈리게 잡고 둥굴게 둥굴게 뛰듯이 돌면 그것으로도 훌륭한 강강술래가 되는 것이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부를 수 있고 신명을 올릴 수 있는 노래라면 무엇이건 좋다. 처음에는 느릿느릿 걷다가 차츰 흥이 오르면서 장단에 맞춰 발구름을 하면 되는 것이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종묘제례에 봉헌되는 궁중무용의 하나인 일무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목적을 띄고 있다. 이 일무라는 것이 종묘에서 올리는 제례에 봉행되는 일종의 제의적, 사상적 의미를 담은 춤인지라 상당히 격조높고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춤이 일무일 것이다. 그런 일무를 소화해내는 동시에 태평무, 춘앵전 등 궁중무용과 살풀이, 부채춤, 승무 등의 민속춤을 또한 등한히 할 수 없는 춤벌레들이 바로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이라는 것이다. 하나같이 수려하고 세련된 자태를 뽐내는 이들의 민속춤은 마치 일무 등에서 조금 억제되기도 했었던 춤꾼으로서의 끼가 마음껏 발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할 만큼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런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자랑할 만한 민속춤의 세계로 들어가 무엇을 어떻게 보면 재미있을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