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작품의 제목인 <작은 할머니>는 말 그대로 작은 할머니가 아니라 어떤 할아버지의
두 번째 할머니라는 뜻으로 남아 선호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우리 역사의 폐기되어야 할 전유물이다. 대를 잇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따라서 우리 역사 속에서 눈물과 회한으로 아픈 삶을 살아온 여인들의 한을 대신하는 역사기록이다.
<작은 할머니>는 우리의 근 현대사인 것이다.
작은댁으로 설움과 아픔을 겪으며 참고 인내했던 기나긴 세월들을, 시집가는 손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듯 잔잔히 들려주는 할머니의 정감 어린 마음을 통해 우리는 과거 우리네 어머님들이 얼마나 모진 세파를 견디며 현재의 우리를 존재하게 했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편 대신 가정을 이끌어가며 모성으로서의 생명력을 피워내는 어머니의 장엄한 삶 속에 바로 우리의 뿌리가 있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이 똑바로 인식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소사 복숭아로 잘 알려진 부천의 김씨 댁 이야기이다.
김씨 큰댁은 딸 하나를 낳고 10년 동안 아들이 없자 작은댁을 보려고 사람을 구한다.
한편 일제 말 혼란기에 남편이 독립운동 하러 만주로 떠난 후 소식이 없고 근근이 어려운 생활을 해오던 작은댁이 선을 보러 온다. 씨받이로 김씨 집에 들어온 작은댁은 큰댁의 정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3년이 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여 큰댁과 갈등한다.
세상이 바뀌어 45년 해방을 맞이할 즈음 작은댁은 큰댁의 정성에 드디어 아들을 낳고 둘째를 가졌을 무렵 우물가에서 우연히 본 남편을 만나게 된다. 독립운동을 하며 떠돌아다닌 남편은 다리를 저는 불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본 남편과의 만남도 잠시, 둘째 아이를 가진 작은댁과 본 남편은 뼈저린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6.25 피난 때 뒤쳐진 아낙들만 서산 근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어렵게 얻은 큰 아들을 보호하려던 큰댁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전 후, 부산으로 피난 갔다 돌아온 포악한 김씨가 무서워 작은댁은 큰댁이 죽음 사실을 숨기고 사망신고도 하지 않은 체 진범에게 자신이 작은 엄마라고 속인다. 우연한 계기에 진범은 작은댁이 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며 사회제도가 만들어 놓은 한 여인의 기구한 일생을 아파한다. 진범은 죽은 큰댁의 사망신고를 요구하고 아울러 작은댁을 호적에 입적시키기로 한다. 작은댁은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 인정 받는다.
김씨의 작은댁에 대한 학대는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지속되고 그 학대를 받아가며 죽은 듯이 생을 살아온 작은댁은 남아 선호 사상으로 빚어진 삶을 회고하며 손녀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당부한다.
작가 엄인희-대표작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부유도]
[김사장을 흔들지 말란 말이야]
[그 여자의 소설]
[비밀을 말해줄까]
[엄인희 대표 희곡선] 등
연출 강영걸 -대표작
[탈속] [서울구경] [하늘 천 따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우리 집 식구는 아무도 못 말려] [넌센스]
[올리버 트위스트] [춘향전]
[그 여자의 소설]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리타 길들이기]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