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무용 4인방>
-남정호, 정영두, 박명숙, 최진한-
현대 무용의 오늘과 내일
중견 무용가들의 원숙함과 신진 무용가들의 참신함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춤의 제전이 펼쳐진다. 부천문화재단 2004 봄시즌 공연의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현대무용 4인방(가제)>에서는 현대 무용계의 중진 남정호, 박명숙 - 유망주 정영두, 최진한이 자신들이 안무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 무용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준다. 각각 안무가 나름의 독특한 개성과 아기자기한 재미가 넘치는 이들의 공연을 접하는 것은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당신의 편견을 단번에 날려줄 멋지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1. Love Letter2
안무 : 최진한
그리움이 쌓이면 얼마나 높은 산, 깊은 바다가 될까?
내가 쓰는 이야기들이 우체부 아저씨의 가방에 실려 그의 손에 닿을 날이 있을까?
하루하루 쌓이는 이야기들이 그의 손에 닿아 안개꽃처럼 피어날 수 있을까.
창작자의 말처럼 최진한의 <러브레터 2>는 순수하면서도 낭만적인 젊은 감성이 한껏 묻어나는 작품이다. 낭만적인 유행가와 떨어지는 편지지 더미들 속에서 최진한이 보여주는 아름다우면서도 재치 넘치는 몸짓은 따뜻한 미소와 연애편지처럼 가슴 떨리는 그리움을 선사한다.
한국 현대 무용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최진한은 한성대학교 무용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여 현재 지구 댄스 씨어터의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놀이, 달밤하다~>, <빨간방>, <夢精> 등을 발표했으며 신세대적인 시각과 감성을 드러내는 신선한 안무로 호평 받는 기대주.
2. 보자기춤 -세월의 너울-
예술 감독 및 안무 : 박명숙
작품의 제목인 보자기는 치마와 함께 한국의 여성상을 상징하는 도구이다. 젊음과 에너지, 패기와 싱싱함으로 무장한 20대는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채 그냥 흘려보낸다. 그리고 중년 여성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굽어지고 키가 작아지며 치매에 걸려 행동도 어린 아이처럼 퇴행된다. 하지만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보자기춤은 한국 여성들의 삶의 종착역을 보자기와 치마로 드러낸 감동적인 자화상이자 모성에 대한 찬가이다.
현대무용가 박명숙은 이화여대 무용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여 현재 서울현대무용단 예술총감독이자 경희대 교수로 현장과 교단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육완순 안무)’의 막달라 마리아 역은 20년 이상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춘 그의 대표적 레퍼토리이다. 안무자로서 그는 <에미>, <유랑>, <혼자 눈뜨는 아침>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미의식과 서정적 감성으로 여성에 관한 문제를 풀어내는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3.불편한 하나 (Incompatible yet one)
안무 : 정영두
음악 : Bolero (Maurice Ravel)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적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선과 악, 이성과 광기라는 상반된 인격이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타협하는 과정을 대조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며 인간은 누구나 지킬 혹은 하이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음악은 같은 구절을 되풀이하면서 점차 역동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라벨의 ‘볼레로’를 사용, 정에서 동으로 변해가는 몸짓의 강도와 일치시키면서 ‘우아하고 정밀하며 어떤 볼레로 버전과 견주어도 개성적(몸 11월호, 2003)’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정영두는 한국 현대 무용계를 주도해 나갈 재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젊은 춤꾼이다. <여기는 우리학교 입니다>,< 뫼비우스의 띠>,<담배>,<메앓이>,<내려오지 않기>,<지킬 혹은 하이드>,<불편한 하나>와 같은 작품을 안무했으며 현재 Doo Dance Theater의 대표이다.
4. 빨래
안무 : 남정호
<빨래>는 여인네들이 빨래를 하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피로와 고뇌를 풀어 가는 과정을 그린 현대 무용이다. 한밤 우물가에 모여든 아낙네들은 빨래를 하고 빨래가 마를 때까지 놀이를 한다. 빨래통을 놀이 도구 삼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놀면서 일종의 황홀상태에까지 도달한다. 동이 트고 빨래가 마르면 이들은 하룻밤의 일탈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에서 빨래는 단순한 세탁 행위를 넘어 여인들의 놀이, 동심, 일탈, 자유 등의 의미를 지닌다.
남정호는 이화여대 무용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의 무용 디플롬 과정을 이수했다. 귀국 후 각종 현대 무용단과 발레단에서의 객원 안무, 미국과 호주, 일본, 프랑스, 홍콩 등지에서의 초청 공연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무용가로 입지를 굳혔다. <유희>,<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자화상>,<나는 꿈속에서 춤을 추었네>,<유랑자들>과 같은 그의 대표작은 ‘지(知)와 정(情)이 조화된 도시감각적인 즐거움의 세계’를 추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